어느덧 사진을 시작한 지도 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사진을 배우는 입장인데요. 제 주변에는 실력자가 많거니도 하거니와 다들 수준급의 실력들이시거나 기본 이상은 하시기에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도 실력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을 막 시작하는 분들이 계시고, 초보자분들 또한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저는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을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사진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카메라 사용법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인데 내가 조작법을 모른다? 이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총기를 다룰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인데요. 메뉴도 많고 버튼도 여러 개라 카메라 사용법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상 사용하는 것은 몇 개가 되지 않습니다. 복잡한 설명서를 읽기에는 저 또한 끈기가 없기에 사진을 찍는 주변분들에게 조작법을 물어서 완벽하게 숙지를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이것만 알면 사진의 반은 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출 삼인방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입니다. 이 세가지는 노출을 결정짓는 3가지 요소인데요. 노출이 부족하면 사진이 어둡게 나오고, 노출이 과하면 사진이 밝게 나오게 됩니다. 저 또한 사진을 시작하면서 참으로 헷갈렸던 부분인데요. 도대체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수치를 얼마나 줘야 하는지 몰라 주변에 물어보면 A모드로 놓고 iso는 100, 조리개는 2.8로 놓고 찍으면 된다고 알려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답변을 해준게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모든 상황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도 없거니와 결국 원리를 이해해야지만 원하는 사진을 담을 수 있고 사진에 재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는 반드시 알고 지나쳐야 하는 부분입니다.
1. 조리개
F1.2, F1.4, F1.8, F2.0 ... F22 등등 렌즈가 가지고 있는 조리개 값은 저마다 다른데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초보자들은 난감하기만 한데요. F값의 숫자가 작을수록(F의 숫자가 1.2~2.8 방향) 조리개를 개방한다고 하며, F값의 숫자가 클수록(F의 숫자가 22~32) 조리개를 조인다고 합니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고 조리개를 조으면 빛을 적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이 원리가 작용하는데요. 바로 우리 신체의 '눈'입니다. 밝은 곳에서는 빛이 많기 때문에 눈이 부셔서 홍채를 조여서 빛을 조금만 받아들이고,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는 빛이 부족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홍채를 개방하여 빛을 많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아~ 그러면 해가 있는 주간에는 조리개를 조이고, 해가 없는 밤에는 조리개를 열면 되는 것이군요!라고 생각하시면 아주 큰 오산인데요. 원리는 그렇지만 조리개에는 한 가지 법칙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심도'라는 것인데요. 조리개를 개방할수록(조리개의 숫자가 낮다 1.2~2.8) 초점이 맞은 주변으로 뿌옇게 흐려지는 아웃포커싱이 일어나고 반대로 조리개를 조으면(조리개의 숫자가 높다 F22~32) 쨍한 사진이 되어 심도가 깊은 사진이 되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인물을 촬영할 때는 조리개를 개방해서 아웃포커싱을 이용한 인물을 돋보이는 촬영을 하고 풍경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조여서 팬포커싱의 심도가 깊은 깨끗한 사진을 얻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조리개를 무작정 조은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하였는데요. 보통 풍경에서 적정값은 F8~9이며, 야경을 촬영할 때는 F11이상을 두는 편인데요. 상황에 따라 조리개 값은 얼마든지 달라지므로 이 값을 기준으로 두고 수치를 +,- 해서 그 상황에 맞는 조리개 값을 가지면 되는 것입니다.
(ex. 만약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가서 에펠탑 밑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조리개를 최대개방해야 할까? 아마도 이곳이 가평의 쁘띠프랑스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진에 있어서 반드시는 없고 상황에 맞는 값이 중요합니다.)
심도에 대해 한 가지 더 설명을 해드리자면 조리개를 개방하면 아웃포커싱이 일어난다고 배웠는데요.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아, 뭐야 변칙 공식이 또 있어?' 이제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하시죠? 조리개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이니 조금만 더 끈기 있게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피사체와의 거리가 아주 중요한데요. 지금 당장 카메라를 꺼내서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산에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어 보십시요. 결과물이 어떤가요? 아웃포커싱이 일어나서 사진이 뿌옇게 흐려졌나요? 아니지요. 분명 조리개를 최대개방하면 아웃포커싱이 일어난다고 배웠는데 왜 쨍한 사진이 나왔을까요?
바로 피사체와의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조리개의 수치와 상관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과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웃포커싱이 일어나 심도가 얕은 사진이 되고, 반대로 사진을 찍는 사람과 피사체와의 거리가 멀면 아웃포커싱은 일어나지 않고 심도가 깊은 쨍한 사진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초보자와 고수의 차이는 여기서 갈리는 것이지요. 초보자는 조리개를 얼마나 둬야 할까 고민할 때 고수는 발로 움직이며 피사체와의 거리를 생각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2. 셔터스피드
쉽게 생각하자면 셔터스피드는 셔터를 누른 뒤 셔터막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의 시간인데요. 셔터스피드가 빠르면(숫자가 낮을수록 1/4000, 2000/1...) 셔터가 빨리 닫혀서 빛을 조금 받으니 찰칵! 소리가 나고 반대로 셔터스피드가 느리면(숫자가 높을수록 1/30, 1/10, 1초, 10초, 30초)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찰~~~~~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분수라 숫자의 개념이 조금 헷갈릴 수도 있는데요. 1/1000= 0.001초, 1/10=0.1초 1/1000초가 1/10초 보다 훨씬 빠른 찰나의 순간이지요. 이 개념이 어려우면 분모의 숫자가 크면 셔터스피드가 빠르고 분모의 숫자가 작으면 느린 셔터스피드라고 생각하시면 한결 쉽게 느껴지실 겁니다.
흔히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상관관계는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받는 상황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수도꼭지의 구멍은 조리개 일 것이며 수도꼭지를 열어 놓은 시간은 셔터스피드 그리고 흘러나오는 물은 빛이 되겠지요. 조금 극단적으로 수도꼭지의 지름이 1m인 것과 지름이 1cm인 수도꼭지가 있다고 가정하고 1초 동안 물을 틀어놓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느 수도꼭지에서 많은 물의 양이 나왔을까요? 당연히 지름이 큰 수도꼭지(조리개 개방, F1.2~2.8)에서 더 많은 물(빛)이 흘러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조리개를 개방하면 빛이 많이 들어오므로 적당한 노출의 사진을 담기 위해서는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하고 반대로 조리개를 조으면 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작으니 적당한 노출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느린 셔터스피드가 필요한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설명드리자면 셔터스피드는 시간의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자동차가 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나 폭포가 떨어져 부서지는 물방울들을 담고자 한다면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할 것이고 자동차의 불빛 궤적이나 파도의 흐름을 표현하고 싶다면 느린 셔터스피드가 필요합니다.
3. iso
iso는 이미지 센서가 빛을 받아들이는 민감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요. 이런 어려운 용어는 머리에 남지도 않거니와 사진이 생소한 초보자에게는 사진을 더 어렵게 하는 요소인데요. 쉽게 쉽게 생각하자면 셔터스피드를 보완해주는 친구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내가 원하는 조리개 값과 노출이 적당한 셔터스피드를 설정했는데도 불구하고 흔들린 사진이 나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실 텐데요. 이때가 바로 iso를 사용할 때입니다. 사진이 흔들린다는 것은 셔터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빛이 부족해서 사진이 어둡게 나오겠죠. iso를 높이면(400, 800, 1600, 3200...)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하더라도 적절한 노출의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됩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요. 쉽게 생각해서 iso는 어두운 상황에서 올린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햇빛이 쨍한 주간에 iso는 50~100 고정으로 두고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날씨가 흐려서 광량이 부족하거나 조명이 약한 실내의 경우 iso400~800 정도를 두고 촬영을 하면 됩니다. 깜깜한 밤이라면 iso 1600~6400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진에 노이즈가 자글자글 생겨 화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삼각대를 사용해야 합니다.
다소 설명이 길었는데요. 사진의 노출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는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이며 내가 찍은 사진이 만약 어둡게 나온다면 조리개를 개방하거나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거나 iso를 높이면 적절한 노출의 사진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사진이 밝게 나온다면 조리개를 조이거나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하거나 iso를 낮게 하면 적절한 밝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사진에 있어서 정해진 수치는 없는데요. 상황에 맞게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노출의 3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그만입니다. 끝으로 제가 사진을 배울 때 스승님께서는 초보자는 생각은 쉽게, 사진은 어렵게 고수는 생각은 어렵게 사진은 쉽게 찍는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초보자는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를 얼마나 둬야 하나 고민을 하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뜻인데요. 초보자가 이것을 고민할 때 고수는 빛과 공간을 보고 피사체와 내가 있어야 할곳의 위치와 거리를 고민하지 노출의 3요소를 신경 쓰지는 않는데요. 물론 초보자가 이것을 이해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더 이상 사진의 초보가 아니겠지요. 노출의 3요소는 그저 사진을 찍기 위한 기본으로만 생각하시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 바랍니다.
초보자는 생각은 쉽게 사진은 어렵게, 고수는 생각은 어렵게 사진은 쉽게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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